이렇게 지친 몸과 마음으로 불안에 사로잡힌 이들이 사회의 대다수가 되어 가고 있는데 ‘쉼’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휴식은 지칠 정도로 열심히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특별한 성취를 이루거나, 아파야만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 중에도 자신에게 쉴 자격이 있는지 따지거나 “차라리 교통사고로 다치기라도 해서 ‘합법적으로’ , ‘모두에게 당당하게’ 쉬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우울증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내 상태가 안 좋은 게 맞았다’라며 안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쉬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잠시라도 일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기 전에 더 공들여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데, 바쁠수록 쉬는 데 두려움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이러한 역설은 휴식이 일의 중단, 성장의 중단, 나아가 삶의 중단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생겨난다. 이런 불안때문에 많은 이들이 중요한 일들을 ‘중단’하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휴식에는 따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건강하고 의욕적으로 하려면 적당히 긴장하며 필요한 일을 한 후 충분히 몸과 마음을 이완하며 쉬어가는 ‘일-휴식’의 리듬이 필요할 뿐이다.
‘뭐라도 제대로 하고 쉬어야 한다’라는 왜곡된 관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쉬어야 한다는 것을 몸과 머리로 알아도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로 나는 지쳐서 찾아온 이들을 진료할 때 휴식에 대한 관점을 점검하고 바로잡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내가 “쉴 수 있는 자격 같은 것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환자들은 놀라며 이렇게 반문하다.